20060105
Thursday, January 5th, 2006낙하하는 저녁_작가 후기
마음이란 참 이상한 것입니다. 자기 것인데도 정체를 알 수 없어 때로 두렵기만 합니다. 내 마음은 저녁 나절에 가장 맑고 냉철합니다. 그래서 중요한 일은 저녁때 결정합니다.나는 냉철함을 좋아합니다. 냉철하고 명석하고 차분하고 밝고, 그러면서도 절망하고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작품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. 이 소설은 스쳐 지나가는 혼의 이야기입니다. 혼이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의 이야기. 그리고 또 곱지 못한 마음의 이야기입니다. 곱지 못한 마음이란 미련과 집착과 타성, 그런 것들로 가득한 애정. 어렸을 적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는 순간, 그 몇 초 전부터 넘어지리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. 신기한 일이지만 명료하게, 아아 곧 넘어지겠구나, 하고 말이죠. 그리고는 넘어집니다. 저녁때는 그런 유의 투명한 냉철함에 젖습니다.
곱지 못한 마음의 하늘에, 조용한 저녁이 내리기를. – 1996년 가을, 에쿠니 가오리
하나코의 존재감과 주변을 감도는 곱지 못한 마음들. “저녁나절의 냉철하고 명석하고 차분하고 밝고, 그러면서도 절망하는 것.”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. 하지만 즐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. 곱지 못한 마음이 되고 싶지 않아서 가급적이면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. ‘군대’에 갇혀 있는 한 아무것도 원하는 만큼의 관계를 전제로 이야기하거나 확인하거나 단정하거나 할 수 없으니, 그 곳에서의 생각은 자기애로 가득한 곱지 못한 마음 투성입니다. 그곳에서는 밖에 사람 되도록이면 생각하지 않고 싶은데 그렇게 간단하게 통제되지를 않습니다. 비구니가 호기심으로 다가선 외간 남자에게 합장을 하며 공손하게 거리감을 두는 것 처럼 살아야 할 것만 같은데…모르겠습니다. 어서 이곳[군대]을 나가지 않으면..